비상근무와 당직 등으로 피로가 누적된 상태에서 졸음운전을 하다 교통사고로 숨진 20대 장교를 국가유공자로 인정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춘천지법 행정부(재판장 강성수)는 교통사고로 숨진 박아무개(당시 27) 중위 유족이 춘천보훈지청장을 상대로 낸 ‘국가유공자 유족 등록 거부 처분 등’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했다고 22일 밝혔다.
경기도 연천군의 한 육군 부대 소속 작전상황장교였던 박 중위는 2012년 6월11일 비무장지대에서 비상 상황이 발생하자 닷새간 2교대 비상근무를 했다. 비상상황이 끝난 뒤에도 박 중위는 같은 달 17일 당직근무를 한 뒤 다음 날 오후 1시께 퇴근했다. 퇴근 뒤 부대 안 숙소에서 4시간 30분 가량 휴식을 취한 뒤 부대 밖에서 함께 근무했던 부사관들을 만나 저녁 식사를 하고 복귀하다 졸음운전 사고로 숨졌다.
박 중위의 유족들은 ‘피로가 누적된 상태에서 당시 부대 안 식당을 이용할 수 없어 부득이 하게 저녁식사를 위해 부대 밖으로 나갔으며, 함께 근무했던 부사관들을 만나 저녁식사를 한 뒤 복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이들을 소속 부대까지 데려다 준 뒤 지휘통제실로 복귀하는 길에 사고가 발생한 만큼 국가유공자로 인정해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보훈당국은 “박 중위는 공무수행과 무관한 사적인 용무로 출타 후 복귀하다 졸음운전으로 사망했으며, 사망 경위 또한 졸음운전으로 중앙선을 침범해 사고가 나 사망한 것이어서 본인의 중대한 과실이 원인”이라며 유족들의 요청을 거부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비상근무에 이은 당직근무 등으로 충분한 수면을 취하지 못한 상태로 졸음운전이 본인의 중대 과실에 의한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 박 중위의 직무수행과 사망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다고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또 “부사관들을 부대까지 데려다 주게 된 것도 군대의 기강과 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것이었으므로 동기에 사적인 목적이 있었다고 볼 수 없다. 육군참모총장도 이런 사정을 고려해 순직 조처한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