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이 지주사 단일화를 통한 지배구조 개편에 나서면서 재계 2위 기업인 현대차그룹의 행보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재계 1위인 삼성그룹은 이건희 회장 입원 이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중심으로 한 지배구조 개편에 속도를 내고 있다. LG그룹과 CJ, 두산, GS 등은 이미 지주사 체계를 갖췄다. 현대차도 일부 작업을 시작했지만, 아직 이렇다 할 가시적인 성과가 보이지 않는다.
올해 77세인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아직 건강상에 특별한 문제는 없다. 하지만, 장남인 정의선 부회장이 아버지의 바통을 이어받는 시기를 언제까지나 미룰 수는 없는 일이다.
현대차그룹의 지배 구조는 크게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형태다. 정몽구 회장의 현대모비스 지분율은 6.96%, 현대차 지분율은 5.17%. 그러나 정의선 부회장은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현대모비스의 주식이 없다.
정 부회장은 기아차 1.74%를 비롯해 현대글로비스 (239,000원▲ 2,000 0.84%)23.29%, 현대엔지니어링 11.72% 등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따라서 정 부회장의 그룹 핵심 3사 지분율이 낮은 상황은 현대차그룹 경영권 승계의 딜레마다.
정 부회장은 올 2월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피하기 위해 현대글로비스의 지분 8.59%를 매각했으며, 아버지인 정몽구 회장도 4.8%를 팔아 두 사람은 약 1조1000억원의 현금을 확보했다. 지난해 8월 정 부회장은 지난해 8월 이노션 지분 40% 중 30%를 팔아 약 3000억원의 자금을 확보한 것으로 추산된다.
관건은 두 가지다. 정 부회장이 추가 현금을 어떻게 얼마나 더 마련할 수 있을지, 그리고 현대모비스의 지분을 어떻게 사들일 것이냐다. 정 부회장과 정몽구 회장은 현대엠코를 흡수합병한 현대엔지니어링이 상장할 경우 상장 차익을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현금 확보가 여의치 않을 경우 현대모비스를 지주회사와 사업회사로 분할한 다음 정 부회장이 대주주로 있는 현대글로비스가 현대모비스 지주회사와 합병하는 방식도 가능하다.
대신경제연구소는 “정몽구 회장-정의선 부회장으로의 경영권 승계 방정식은 지배구조개선 효과와 함께 주가 가치를 고려하도록 진행돼야 할 것”이라며 “최근 현대차그룹 내에서 활발하게 진행된 계열사간 지배구조 개편은 경영권 승계작업이 속도를 내고 있다는 간접적인 증거”라고 했다.